유엔 아이티 지원단의 두 얼굴…“10대 소녀에 한 끼 주고 성관계”

작성자
gBbdigIH
작성일
2019-12-22 18:24
조회
111

컨버세이션, 주민 2500명 심층 인터뷰 보고서
아빠 없는 ‘쁘띠 미누스타’ 수백명 낙인·차별
‘유엔 원조-주민 수혜’…구조적 권력 불균형
“성 착취 직원 본국 송환이 되레 문제 키워”
80만명 콜레라 감염도…유엔은 법적 책임 외면
“교육 강화, 일탈자 송환 중단, 정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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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아이티를 강타한 지진 피해의 복구와 지원에 투입된 ‘유엔 아이티 안정화 지원단(MINUSTAH)’ 소속의 브라질 군인에게 아이들이 뭔가를 말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아이티의 소녀 마리가 유엔 깃발 아래 온 브라질 군인 미구엘의 아이를 가진 건 겨우 14살 때였다. 미구엘은 부양을 약속했지만 본국으로 돌아간 뒤 연락을 끊었다. 아이는 지금 4살이 됐지만, 마리는 브라질군, 유엔, 아이티 당국 등 어느 곳에서도 한 푼의 지원도 받지 못한다. 시급 25구르드(약 300원)를 받는 허드렛일로 어린 모자는 겨우 연명한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에서 마리 같은 사례는 차고 넘친다.


학술 연구와 저널리즘을 결합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온라인 매체 <더 컨버세이션>은 18일, ‘유엔 아이티 안정화 지원단(MINUSTAH·미누스타)’ 소속 직원들이 현지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책임지지 않은 행태를 고발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앞서 2004년 유엔은 아이티에서 민주선거로 출범한 좌파 정권이 쿠데타로 축출되자 브라질군을 주축으로 한 ‘안정화 지원단’을 파견했다. 이들의 임무는 아이티를 강타한 지진(2010년)과 허리케인(2016년)의 피해 수습을 마친 이듬해인 2017년에야 종료됐다. 유엔 평화 유지 활동 중 최장기 주둔이었다. 공교롭게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재임 시기(2007~2016)와 대부분 겹친다.


<컨버세이션>이 2017년 여름 아이티의 유엔평화유지군 기지 주변 마을 주민 2500여명을 심층면접했더니, 마리 같은 사례가 265건이나 됐다. “11살 앳된 소녀가 성적 착취를 당하고 임신한 뒤 비참한 상태로 버림받고 극도의 빈곤과 불리함 속에서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가 하면, 한 피해자는 ”그들이 아이를 지우라며 손에 겨우 동전 몇 푼을 쥐여 주었다”고 털어놨다. 무책임한 ‘아버지’들의 국적은 우루과이·브라질·칠레 등 13개국에 이르렀으나, 국적을 알 수 없는 경우도 50건이나 됐다. 유엔의 임무 명칭을 따 ‘프티 미누스타’로 불리는 ‘아빠 없는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낙인과 차별 속에 자란다.


<컨버세이션>은 “‘유엔 아이티 안정화 임무’는 유엔 활동 중 가장 논란거리 중 하나”라며 “깜짝 놀랄 만한 수의 군인과 외국인 직원들이 (현지인에 대한) 성적 착취와 강간, 심지어 불법적인 사망 사건에 연루돼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의 인재는 이뿐 아니다. 외부에서 유입된 콜레라의 창궐로 80만명이 감염되고 최소 1만명이 숨진 참상은 심각한 국제 문제로 비화했다. 일부 피해자는 에이즈 감염을 호소했다. 2016년 당시 유엔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금전 지원을 약속했으나 법적 책임은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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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아이티의 한 고아원에 있던 어린이들이 미국의 새 가정으로 입양되기 위해 미군 수송기 안에 앉아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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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지원단과 아이티 여성들의 ‘합의된 성관계’조차도 실은 현지인들의 절박한 생존을 담보로
강요된 ‘거래’에 가까웠다. 한 주민은 “그들은 소녀들에게 돈을 주고 섹스하지 않았다. 단지 한 끼의 먹을거리면 됐다”고 증언했다. <컨버세이션>은 이를 “권력 차이의 현저한 구조적 불균형” 때문으로 파악했다. “많은 경우, 외국의 평화유지 활동가들과 현지 주민의 권력 차이가 알게 모르게 현지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착취로 이어지는데, 유엔 지원단은 주민들이 갈망하고 필요한 자원들을 가진 만큼 ‘자원과 섹스의 교환’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것이다.


여성 파트너가 임신·출산을 할 경우, 유엔이 해당 직원을 곧장 귀국 조처하는 것도 문제로 지목됐다. 남겨진 현지 여성의 대다수는 극심한 빈곤과 버거운 양육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 아이가 정규 교육을 받기 힘들뿐 아니라 자존감 저하와 정체성 혼란도 심각한 문제다.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분쟁 지역이나 재난 지역에 인도주의적 임무의 유엔평화유지군 또는 긴급지원단을 파견한다. 그러나 현지에서 그 취지와 선의에 어긋나는 일부의 일탈과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은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아이티 현지의 변호사들로 구성된 민간단체는 버려진 아이들 10명을 대리해 ‘아버지’의 국가 법원에 친권확인소송을 낸 상태다. 이 단체와 파트너십 관계인 미국 단체 소속의 한 변호사는 18일 <뉴욕 타임스>에 “2016년 유엔에 버려진 엄마와 아이들을 지원할 것을 타진했으나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티의 시골 여성이 우루과이에 있는 남성을 상대로 국제적 행동을 떠맡을 순 없다”며 “유엔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에 대한 더욱 직설적이고 신랄한 비판도 나온다. 국제 민간단체 ‘에이즈 없는 세상’의 파울라 도노반 공동대표는 “컨버세이션의 이번 연구는 유엔이 천막에서 근근히 연명하는 여성에서부터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전문직) 여성까지 여성을 착취하고, 성적 착취에 감히 항의하거나 75년이나 된 유엔의 특권적이고 면책적인 가부장 문화에 위협이 되는 여성은 벌레처럼 짓밟는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고 말했다.


한편 <컨버세이션>은 보고서에서 3가지 핵심 권고도 제시했다. 첫째, 유엔 활동지역의 문화 및 ‘유엔-현지인 권력관계’에 대한 지원단 인력의 사전 교육 강화, 성적 문제를 일으킨 유엔 지원단 직원에게 법적·재정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하는 본국 송환 중단, 구조적 관계에서 비롯한 착취와 불의를 개선한 정책 수립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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